오롯은 왜 공연 자막을 시작했을까?
2025.08.08
이 질문에 우리는 종종 “갑자기?”라는 반응을 마주합니다.
하지만 오롯에게 공연 자막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일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질문과 감각들이 하나의 실천으로 이어진 결과입니다.
오롯은 영상 콘텐츠에 배리어프리 자막을 제작하며 시작한 팀입니다.
청각장애인, 외국인, 고령자, 그리고 자막에 익숙한 관객들까지.
감각의 차이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문화 경험을 만들고자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주 같은 질문 앞에 멈춰 섰습니다.
“왜 공연장에는 자막이 없을까?”
“공연에도 자막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감동할 수 있지 않을까?”
영상 속 자막은 점점 보편화되고 있지만,
공연장은 여전히 그 경계 너머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현장성과 실시간성이 중요한 공연에서는 자막이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고, 시도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상식 만들기
처음엔 우리도 대단한 기술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대부분은 이미 존재하는 기술로도 충분했습니다.
정작 어려웠던 건 기술이 아니라,
‘공연에 자막은 필요하지 않다’는 고정관념이었습니다.
자막을 ‘보조’나 ‘배려’로 여기는 시선,몰입을 방해할 거라는 오해,
그리고 자막이 공연장에 존재할 수 없다는 사회적 관성.
그 벽을 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만든 것은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라,
공연장 안에 자막이 있어도 괜찮다는 새로운 상식입니다.
자막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같은 순간을 함께할 수 있게 하는 문화적 언어입니다.
이 자막은 소리를 듣는 것이 어려운 관객,
자막을 통해 더 깊이 몰입하는 관객,
자신의 언어로 공연을 감상하고 싶은 관객을 위한 것입니다.
오늘의 자막, 내일의 문화
그리고 이들이 누군가의 ‘배려’나 ‘예외’가 아니라,
그저 ‘당연히 존재하는 관객’으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드는 일.
그것이 우리가 공연 자막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공연의 흐름과 연동되는 다국어 실시간 자막 시스템,
그 이름이 바로 UNISTEP입니다.
UNISTEP은 ‘어디에서나 당신의 언어로’ 공연을 만날 수 있도록 설계된,
공연장 안에 뿌리내린 문화 인프라입니다.
‘자막이 있는 공연’을 넘어서, ‘자막이 당연한 공연장’을 만드는 것.
우리는 오늘 우리가 만드는 자막 한 줄이,
내일의 공연 문화를 바꿔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왜 갑자기 공연 자막을?’
이 질문에 우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제야 자막이 공연장에 도달한 것”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