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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같은 일상을 꿈꾸며 │ 이승아



🌆 축제같은 일상을 꿈꾸며 │ 이승아

평범한 자리, 달라진 풍경 – 변화가 시작되는 공간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귀한 시간들 우리들 눈앞에 놓인 수많은 날 오십이만 오천육백 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재요 일년의 시간 - 뮤지컬 <렌트>
일 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저는 선선한 봄바람이 불던 청계천 점심 피크닉,
푸른 서울광장에 돗자리를 펴고 책을 읽던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일상은 그대로인데, 갑자기 풍경이 달라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평범한 공간이 환하게 열리고, 누구나 걸어 들어와 참여하는 시간.
그게 저에게는 ’축제 (festival)’였습니다.
돌아보면 오래전부터 그 장면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축제'만큼은 모두가 동등하게 즐거운 공간이자, 시간이니까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긴 시간을 같은 재단 안에서 보냈고
조금 다른 무언가를 갈망했던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비어 있는 공간을 새롭게 채우고,
그곳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장으로 만드는 일을 꿈꿨습니다.
문화 행정가나 축제 기획자가 되고 싶었고,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교환학생 생활도 했습니다.
귀국을 앞두고, 오롯의 창업을 함께 하게 됐습니다.
어떤 영상이든 자막만 있으면 누군가의 일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같은 무대, 다른 시선 – 이야기가 열어주는 문

저는 직설적인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갈등 상황도 피하고 싶습니다.
회피형은 아니지만, 될 수 있으면 원만하게 끝내고 싶어요.
하지만 창업 기업의 특성 상 ‘갈등’으로 분류될만한 상황은 매일 매일 생기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잘 준비하더라도 일들이 제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아 분노가 차오른 적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콘텐츠 때문입니다.
콘텐츠는 하나의 매개이자 대화의 주제가 되어줍니다.
‘장애인의 독립’이라는 주제를 꺼내는 건 어렵지만,
“<킬 미 나우> 봤어? 라우디랑 조이가 같이 살았다면 어땠을까?”라고 묻는 건 쉽거든요.
ⓒ 연극열전
난 뇌 손상이야. 감정 조절도 안 돼. 맨날 또라이 짓만 해. 그치만 나는 싸워. 난 혼자니까.- 연극 <킬 미 나우>
같은 장면에서도 전혀 다른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대화를 좋아합니다.
영화, 연극, 뮤지컬, 축제 속에서
‘아, 세상에 이런 사람과 이야기가 있구나’ 하고 깨어난 경험이 많습니다.
그래서 콘텐츠를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회사의 방향성에 마음이 갔습니다.
자막 한 줄이 이렇게 큰 변화를 만든다니,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이 변화는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닙니다.
시간을 내어 한 줄 한 줄 자막을 만드는 봉사자들이 있고,
서로의 필요를 이해하며 자리를 채우는 관객들이 있습니다.
그 순간, 변화는 계속 이어집니다.

마음이 닿는 자리 - 기꺼이 손을 내밀게요

이 땅에 누구도 혼자선 못 살아 크고 작은 발걸음 어떻게든 만나 - 뮤지컬 <이프덴>
제가 바라는 건 서로에게 조금 더 친절한 사회입니다.
누군가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곳.
그 변화를 만드는 방법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 줄의 자막, 한 번의 공연, 한 번의 봉사.
그렇게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영상, 공연장이라는 비어 있는 곳에
자막을 통해 누구나 온전히 즐길 수 있게 하는 것
정말 작은 행동과 변화지만 우리가 만날, 달라질 풍경이 기다려 집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벽돌 하나를 치우는 방식’을 택합니다.
조용하지만 꾸준한 이 흐름이,
언젠가 우리 모두를 같은 무대, 같은 장면으로 이끌 거라 믿습니다.